데브콘 서울 '삼월엔 일을 제대로 하자'
3월 데브콘의 주제는 기획과 PM이지만 개발자인 내가 컨퍼런스를 참여하게 된 계기이다.
여러 토이프로젝트와 현업에서 기획을 직접 하기도 하고, 기획자를 만나기도 했다. 나는 사회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글을 쓰고 문서를 만드는 일에 능숙했다. 아이디어를 글과 문서로 구체화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고 프로젝트에서의 핵심은 개발이었기 때문에, 대체로 기획문서작성 이라 불리는 기획 파트는 내가 맡아 보기좋게 다듬어 놓았을 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로 와서 '기획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내 기대와는 매우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의문이 생겼다. 잘 하는 기획자는 어떤 기획을 할까? 내가 해낸 기획도 잘 해놓은 것은 아닐텐데.. 본이 될만 한 기획자를 찾고싶던 와중에 데브콘을 만나게 되었다.
(강연의 내용을 얼마나 옮겨도 될지 모르겠지만)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말씀은 기획자는 안 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예시로 들어주신 내용을 짧게 적어보자면
왜 장바구니에서는 쿠폰 적용이 안 되는가? 대부분의 커머스 사이트에서는 결제화면에서 쿠폰을 적용하도록 서비스되고 있다. 장바구니에서 가지고 있는 쿠폰을 적용해보며 최종 결제가격을 미리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런 소비자의 불편함에 집중해 서비스플로우를 놓치면 장바구니 화면에서 쿠폰을 적용하자는 기획안이 나온다고 하셨다. 하지만 대부분의 커머스에서 이런 기획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어떤 문제점이 있길래 다른 서비스에서는 적용하지 않았을까? 비용대비 효과가 있는지, 시스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보는 기획자가 좋은 기획을 한다고 하셨다.
위의 강연을 들으면서 기획자가 어떻게 일해야하고 어떤 사항을 고려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기획자가 어떤 것을 잘못하고있는지도ㅠㅠ 업무는 유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끼리 다리 만지듯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백엔드는 프론트를 알아야 하고, 개발자는 기획자를 알아야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며 하나의 워크 프로세스 안에서 유기적으로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획 문서를 볼 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문서 너머의 기획자의 마음을 조금 더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가지 컨퍼런스, 발표회, 세미나는 많이 다녀봤지만 개발 관련 컨퍼런스는 처음 참석해보았다. 아는 내용이 아니라서 졸아버리면 어쩌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었고, 새로운 커뮤니티도 만날 수 있었다. 퇴근하고 강남까지 달려가느라고 다음날 기상이 힘들었지만 4월 데브콘도 또 달려갈 것 같다!